- 정조대왕은 혼자 걸어서 입장, 위엄있는 모습 상실
- 백마탄 장엄한 왕의 모습 기대하던 시민들 실망
- 왕을 옹위하는 군사행렬 절반은 연세드신 여성 어르신
- 수원시 관계자···별도의 반론 의견을 제시했지만,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조대왕능행차를 놓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수원시는 제61회 정조대왕문화제를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진행했다.
정조대왕능행자 축제에서는 ‘새빛축성’의 주제로 화성축성 과정을 재현하기도 했다.
정조대왕 능행차는 특히 1795년 을묘년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홍씨의 회갑과 부친 장헌세자의 회갑을 화성에서 경축하기 위한 을묘년 원행을 기념하기 위한 재현 행사이다. 오늘날 행사는 그래서 정조의 효심을 기리면서, ‘원행을묘정리의궤’를 기반으로 실행한다. 물론 정조는 서울 영우원에 있던 부친의 묘소를 사도세자 사후 28년 만인 1789년 조선 최고의 명당 융릉( 당시는 현륭원)으로 천장하면서, 1800년까지 13번을 화성과 현륭원을 방문하였다.
이런 정조대왕을 기리는 마음으로, 시민들은 정조의 장엄한 능행차 모습을 보려고 행사 도로변에 몇 시간씩 대기하기도 했다. 기자도 지난 6일 오후 4시 30분경에 장안문 근처에서 시민들과 함게 정조대왕 행렬을 볼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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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6일 제61회 정조대왕능행차 행렬 장엄한 정조대왕의 모습을 기대했던 시민들은 걸어오는 정조대왕의 모습에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제공=중부뉴스) |
정조대왕이 장안문에 들어서자, 진행자는 “마이크로 앉아있던 시민들에게 모두 일어나 왕에 대한 예우를 표시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평상시 수원시민의 정조에 대한 존중심을 표시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당시 왕의 모습이었다. 정조대왕은 시민들과 포퍼먼스로 대응하려는 의도였겠지만, 말을 타지 않고 걸으며 혼자 손을 흔드는 모습은 시민들의 기대에 어긋났다.
걷더라도 좀 더 왕을 존엄성을 부각시키는 장면을 연출할 수는 없었을까. 서너시간 기다린 시민들의 작은 실망감을 주최측이 파악했는지 모르겠다. 같은 날 서울에서는 백마를 탄 정조가 행진을 하여 노소불문 감탄을 받았다는 보도를 보면, 수원의 행진은 그러하지 않았다.
그날 수원에서 정조의 모습을 기다렸던 온 시민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이 날 행사를 본 정자동에 사는 A모씨는 “화성행궁 앞에 도착한 정조대왕이 예년과 달리 백마를 타지 않고 걸어서 들어왔다”며, “장엄한 정조대왕의 모습을 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고 했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관광을 나온 B모씨 가족은 “행진하는 병사들 절반은 남자가 아니고, 병사 옷을 입은 할머니들이어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 참여도 좋지만, 최소한 기본적인 형태를 갖추어야 의미가 있지, 이렇게 되면 누가 앞으로 몇시간씩 행렬을 기다리겠느냐”는 의문을 덧붙였다. “말들이 지나간 뒤 말똥을 제 때 치우지 않아 풍기는 냄새만 남고, 정조대왕의 이미지를 찾을 수가 없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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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6일 정조대왕이 탔던 말은 왕과 따로 떨어져 뒤에서 따라가고 있다. (사진제공=중부뉴스) |
중부뉴스가 수원시 관계자에게 “정조대왕 입성할 때 말을 타지 않고, 걸어서 들어온 이유”를 묻자 “지난 해에 이어서 왕이 시민들과 함께 퍼포먼스를 해 장안문에서부터 걸어서 들어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연출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결과적 모습에 대한 시민의 평가는 냉혹하였다.
제61회 정조효문화제 행사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기대는 상당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한번 무너진 신뢰는 내년 행사조차 어렵게 할수 있다.
연출 의도의 문제뿐 아니라, 수원시는 아마도 예산 편성상 어려움이 있었고, 그에 따라 행사 참여 인원 모집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그럴수록 수원시민과 학생, 인근부대 군인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세심한 사전 준비가 요구된다. 최소한 왕을 옹위하는 행렬은 젊은 군인으로 유지해야한다는 노력을 얼마나 했을까. “기본적인 골격을 갖춰가면서 축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시민참여라는 왜곡된 논리로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날 행사와 관련 수원문화재단은 “이번 행사에서 재단은 시민 참여 퍼포먼스에만 관여하였고, 정조대왕 능행차 행렬 구성에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답하였다. 수원시 관계자는 “앞으로 정조대왕능행차에 있어서 ‘정조대왕의 백마탄 모습’을 재검토 해보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취재진이 "반론 의견을 10일까지 제시해 달라"고 지난 8일 답변을 요청하였으나, 수원시청 관계자는 “별도의 의견이 없다”며, “기사를 그대로 내도 상관이 없다”고 14일이에서야 답변을 내놓았다.
이와 같이 정조대왕능행차는 매년 열리는 수원시의 주요 행사 중 하나 임에도 불구하고, 수원시청 관계자는 반론 의견을 제시했지만 별도의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퇴색해 가고 있다.
[중부뉴스] 권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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